El Beso de La Mujer Arana (Kiss of the Spider Woman)
간략한 줄거리
영화 속 인물들과 배경들을 표현하며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던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낭만주의적인 몰리나는 남자지만 여자이고 싶어 하는 동성애자로,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되어 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교도소에서 같은 방을 쓰는 발렌틴은 급진 행동파인 정치범으로 수감되었는데, 몰리나의 영화 이야기가 썩 달갑지는 않지만 무료한 수형생활을 보내기에는 시간 때우기로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어두운 감방 안에서 몰리나의 영화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몰리나가 전달하는 이야기는 당연히도 몰리나의 입장에서 가장 감명받았거나 가슴을 울렸던 장면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장면을 듣기만 하면서 상상하는 발렌틴은, 몰리나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성향 차이가 극도로 다릅니다. 그로 인해 몰리나의 이야기를 중간중간 끊기도 하고, 냉소적인 발렌틴의 반응 때문에 몰리나가 이야기를 멈추고 싶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그런 와중, 정치범인 발렌틴으로부터 정보를 캐내고 싶었던 교도소장은 몰리나를 미끼로 쓰기로 합니다. 그런데 사실 몰리나는 이미 형무소장과 정보국 형사의 끄나풀로, 자신의 석방을 조건으로 발렌틴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접근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발렌틴은 자신에게 헌신적인 몰리나에게 차츰 마음을 열게 되고, 몰리나 역시 발렌틴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발렌틴이 심한 복통으로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되고, 몰리나는 거리낌 없이 그 뒤처리를 하며 따뜻하게 간호해 줍니다. 그러면서 둘 사이에 있던 보이지 않던 벽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두 사람의 감정은 우정을 넘어 '사랑'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발렌티의 복통은 그의 비밀을 캐기 위한 몰리나의 계획이었습니다. 가석방을 시켜주겠다는 교도소장의 제안으로 몰리나는 발렌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지만 어느새 가슴속에 자리 잡은 발렌틴이라는 존재. 함께 지내며 발렌틴에게 마음을 품게 된 몰리나는 그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소장에게 거짓말을 하고, 감방을 나가는 몰리나에게 발렌틴은 자신의 동지들과의 접선을 부탁합니다. 몰리나는 자신이 석방되면 분명 당국의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발렌틴에게 말하지만, 발렌틴은 끝까지 몰리나에게 부탁을 합니다. 석방 이후 몰리나의 행적은 그녀를 감시하던 당국의 보고서 형태로 이어집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몰리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발렌틴의 동지들과 접촉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발렌틴의 동료들은 몰리나가 당국의 감시하에 있으리라는 것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몰리나가 그들과 접촉한 순간 몰리나를 뒤쫓던 형사에게 발각이 되고, 상황을 오해한 발렌틴의 여자친구 리디아의 총격에 의해 몰리나는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발렌틴은 고문을 당하는데, 극심한 고통 속에서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인 마르타와 몰리나, 그리고 몰리나가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영화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섞인 채로 떠다닙니다. 그리고 발렌틴 또한 수용소 의무실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소설 속에서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얘기해 주는 여섯 편의 영화의 특성과 그것들이 야기하는 심리적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몰리나가 발렌틴을 유혹하여 진정한 사랑으로의 길을 엮어 나가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각 영화에는 사실 몰리나와 발렌틴, 두 사람이 투영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p.80 그의 말을 듣자 그녀는 몸을 떨었어. 그녀의 온몸을 이상한 예감이 휘감기 시작했던 거야. 그녀는 자기 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이며, 그것은 거의 틀림없이 비극적으로 끝날 것임을 확신하는 듯했어. 손이 떨리고 있었어. 그러자 술잔이 바닥으로 떨어졌어. 크리스털 잔은 산산조각이 났어. 그녀는 여신처럼 굳건해 보였지만, 동시에 두려움에 떠는 아주 연약한 여인이기도 했어.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춥지 않냐고 물었어. 그녀는 춥지 않다고 대답했어. 이때 음악은 더욱 힘차게 울렸고, 바이올린의 선율은 장엄하게 연주되고 있었어. 그녀는 그 멜로디가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어. 그는 이 음악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고 하면서, 이런 바이올린의 선율은 독일의 어느 강물과 같다고 말했어. 그 강물로 인간이자 신인 사람이 항해하는데, 그는 단지 일개인에 불과하지만,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두려움을 떨쳐버린 사람이며, 조국을 위한 투쟁의 열정이 그를 두려움을 모르는 신과 같은 무적의 용사로 만들었다고 말했어. 음악이 최고조에 이르자, 너무 감격한 나머지 그의 눈에는 눈물이 괴어 있었어. 바로 이 장면이 영화의 가장 멋진 부분이었어. 그녀는 그가 그토록 감동하는 것을 보자, 신처럼 패배를 모르는 그도 인간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그는 자기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하면서 창가로 갔어. 보름달이 파리 시내를 비추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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