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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The Turn of the Screw)_ 헨리 제임스 (Henry James)

by lucy831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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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urn of the Screw

 

창작 배경

이 작품이 구상된 것은 작가가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를 만나 환담하는 가운데, 한적한 장소에서 사악한 하인들의 유령에게 시달리는 어린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대주교로부터 들은 내용은 이것이 전부였지만,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줄거리를 구성하고, 암시적이고 모호한 문체를 통하여 극적 효과를 창출하였습니다. 유령 소설이라기보다 심리 소설에 가까운 이 작품은 유령의 실체에 대한 상반된 태도, 인간의 복합적 심리, 선과 악의 갈등, 숨겨진 비밀의 탐색 등과 같은 문제를 제임스 특유의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사의 회전"은 제임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소설이 갖는 모호성에 있습니다. 가정교사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유령의 실체에 대하여 상반된 해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 한편의 입장을 고수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다시 말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유령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가정교사의 환상에서 비롯된 것인가. 유령은 초자연적인 존재인가, 개인의 심리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하는 견해가 엇갈렸던 것입니다. 이 소설의 아이러니는 이러한 대립적 견해 중 어느 한편에 동조하게 되면 필연적 모순에 직면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소설의 해석에 대하여 이렇게 상반된 견해가 노출된 이유는 작가가 구사한 놀라운 기법과 절묘한 서술 균형에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 속에 거미줄처럼 수많은 복선을 넣어 온갖 해석이 가능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내부의 어두운 심연을 통찰하고, 인간 의식의 특징을 모호성으로 규정하여 유령은 물론 유령으로 상징되는 여러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유령의 출현보다 어린아이들의 순수성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전통적인 유령 소설의 공포와 대비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독자들이 가정교사의 진술을 따를 경우 유령을 추종하는 어린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절대적 가식으로 간주되어, 오히려 천사 같은 아이들의 순수성 자체가 공포를 심화하는 요소가 됩니다. 가정교사에게 유령이 나타난 장면보다, 유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어린아이들의 태도가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효과를 갖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호숫가에 나타난 제셀 양의 유령을 목격한 가정교사가 플로라로 하여금 유령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장면에서, 독자들은 유령의 존재보다 아이의 반응에서 더욱 기묘한 공포와 전율을 체감하게 됩니다.

 

스토리 소개

이 소설은 어느 남매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 '나'의 일인칭 시점의 소설입니다. 주인공인 '나'는 스무살이 되던 해에 가정교사가 되어 블라이라는 곳의 저택에서 마일스와 플로라 남매를 가르치게 됩니다.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남매의 부모는 인도에서 사망했고 아이들은 삼촌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는데, 삼촌은 조카들을 시골 블라이로 보내고 가정교사를 채용했습니다. 주인공은 블라이에서 너무나도 귀엽고 예쁜 플로라를 보고는 한눈에 그 아이에게 빠져 자신의 가정교사 생활이 즐거울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플로라의 오빠인 마일스는 기숙학교에서 지내고 있었고, 주인공은 저택의 일을 총괄하는 그로즈 부인과 대면하고 좋은 인상을 받습니다. 그녀가 블라이 저택에 도착하고 이틀 후, 런던에 있는 남매의 삼촌에게 연락이 오는데, 마일스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놀란 주인공은 그로즈 부인에게 이 소식을 알리며 평소 마일스가 어땠는지 묻습니다. 그로즈 부인은 괜찮았다고 하면서도 애매한 태도로 즉답을 피합니다. 그러면서 그로즈 부인은 옛 가정교사, 즉 주인공의 전임자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무심결에 흘립니다. 얼마 후 퇴학 당한 마일스가 저택으로 돌아옵니다. 주인공은 마일스에게서 순수함을 발견하고, 대체 학교에서 왜 퇴학을 당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어린 남매를 가르치며 만족스럽고 행복한 생활을 시작하는데, 어느 날 늦은 저녁 산책을 하다가 저택의 시계탑 위에 낯선 남자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처음 보지만 왠지 모르게 소름 끼쳤던 남자. 하지만 주인공은 여행객이 길을 잘못 들어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넘겨버립니다. 얼마 후 일요일 늦은 저녁, 교회를 가려던 주인공은 그때 봤던 낯선 남자가 창문을 통해 자신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그녀는 용기 내어 창가로 나가지만 남자는 연기처럼 사라졌고, 그로즈 부인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알립니다. 남자의 인상착의를 들은 그로즈 부인은 그가 과거 이 저택의 시종장이었던 피터 퀸트 같다고 하며, 퀸트는 매우 잘생긴 사람이었지만 행실이 좋지 않았고 어린 마일스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말과 함께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주인공은 그 퀸트의 유령이 아이들, 특히 생전에 친하게 지냈던 마일스를 노리는 게 분명하다고 직감하고 아이들을 지켜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 이후 주인공은 플로라와 저택 근처의 호숫가에 나갔다가 호수 건너편에서 한 여자가 자신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주인공은 그 여자 역시 퀸트와 마찬가지로 유령임을 알아채는데, 놀랍게도 어린 플로라가 그 유령을 인식하고는 일부러 못 본 척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택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그로즈 부인으로부터 그 여자 유령의 정체에 대해서도 듣게 됩니다. 과거 가정교사였던 제셀이며, 퀸트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것을 말이죠. 주인공은 아이들이 유령의 존재를 알고 있고 이미 그들에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합니다. 심지어 그녀는 한밤중과 새벽에 그 유령들을 목격하기도 하고, 한 번은 밤중에 마일스가 정원에 나가 시계탑 위에 있는 유령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목격합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유령의 존재 여부나 퀸트, 제셀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꺼립니다. 그녀는 그 사악한 유령들이 아이들에게 다시 나타나 악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단정하고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고 굳게 결심합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이들과 교회에 갔다가 먼저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제셀의 유령이 집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녀는 결국 이 사실을 아이들의 삼촌에게 알리기로 하고 편지를 써 그를 불러들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일스가 이를 먼저 눈치채고, 삼촌이 오게 되면 퇴학당한 자신을 다른 학교에 재입학시키지 않은 이유를 추궁당할 거라며 주인공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합니다. 다음 날 마일스가 주인공에게 피아노를 연주해 주는데 그녀는 깜빡 잠이 들고, 그 사이 편지가 없어지고 플로라도 집에서 사라집니다. 그녀는 마일스가 일부러 자신을 재우고 플로라를 제셀의 유령과 만나게 한 것이라 확신하고 플로라를 찾아 나섭니다. 알고 보니 플로라는 주인공이 제셀의 유령을 처음 목격한 호숫가에 있었고, 주인공과 그로즈 부인은 고생 끝에 무사히 아이를 찾아냅니다. 주인공은 호수 건너편에 제셀의 유령이 있는 것을 또다시 목격하지만 플로라는 그것을 부인하고 그로즈 부인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혼란에 빠진 채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마일스가 뭔가 자신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다고 느끼고 그로즈 부인과 상의한 끝에 남매를 떨어뜨려 두기로 합니다. 그로즈 부인은 플로라와 함께 런던에 있는 삼촌에게 가고, 주인공은 마일스와 함께 집에 남아 속내를 알아내려고 합니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자신을 떠보는 마일스에게 자신이 쓴 편지를 가져갔는지 직설적으로 묻는 주인공. 이를 인정하는 마일스에게 주인공은 퇴학당한 학교에서도 그런 행동을 했냐고 다그치고 그 와중에 퀸트의 유령이 창 밖에 나타납니다. 주인공은 마일스가 퀸트의 유령을 보지 못하도록 막아서고 자신이 아이를 지켜냈다고 안심하던 찰나, 마일스는 죽고 맙니다.

p.162 순수한 경이감에 싸여 나를 훑어보던 플로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우리가 모자를 쓰지 않은 데 놀랐던 것이다. "어머나, 모자는 어디에 두고 오셨어요?" "네 모자가 있는 곳에 두고 왔지!" 나는 얼른 대답했다. 플로라는 이미 여느 때처럼 쾌활해졌고, 이 대답에 퍽 만족한 듯했다. "그럼 마일스는 어디 있나요?" 아이가 말을 계속했다. 그처럼 앙증스러운 말에는 뭔가 나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힘이 있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온 이 몇 마디는 칼날을 뽑았을 때 번쩍거리는 섬광처럼, 내가 오랫동안 높이 들어 넘치도록 가득 채운, 이제 말을 꺼내기도 전에 홍수처럼 넘쳐흐를 듯한 잔을 맞부딪치게 하는 느낌을 주었다. "네가 말해 준다면 나도 가르쳐주마." 나도 모르게 이 말을 꺼냈지만, 떨려서 중단하고 말았다. "무엇을요?" 그로스 부인이 긴장된 모습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지만, 이젠 때가 너무 늦었다. 나는 우아하게 일을 마무리했다. "얘야, 제셀 선생님은 어디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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