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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스케치 (London Observed: Stories and Sketches)_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

by lucy831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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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Observed: Stories and Sketches

 

창작 배경

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지칠 줄 모르는 지적 탐색과 창작열의 중심에는 아프리카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그녀가 성장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살았던 그곳에서의 경험은, 그녀의 작품들에 기본 골격을 제공합니다. 영국이라는 서구 문명의 눈으로 볼 때 그곳은 미개, 원시, 야성, 착취, 고통의 땅인 것입니다. 이런 땅에서 좌절한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그녀는 인종 간의 불화와 착취, 불평등을 목격하게 하고 문화의 충돌과 갈등,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모순 등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됩니다. 그녀의 끝없는 창작열은 일찍이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갖게 된 사회 정치적 관심 및 실천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녀가 50년대 중반까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심취, 투신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세계에서는 개인의 일상이 계층과 세대, 인종과 성이라는 거대 담론과 얽혀 있습니다. 레싱이 18편의 짧은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런던의 모습은 냉정하고 차갑습니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른 뒷골목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달까요.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살아가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조하듯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불편한 진실을 마주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장애아의 어머니 (발췌)

스티븐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자신이 그 방에서 보았던 장면을 계속 되새겼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대할 때 칸 부인의 얼굴에 나타났던 부드러움, 소년의 얼굴에 어린 미소, 여동생을 향한 진실하고 따뜻하고 애정 어린 미소. 그 작은 소녀는 그들의 부드러움 속에 폭 싸여 있었다. 가족들이 그 애를 극진히 위하고 사랑하는데 그 여자애는 가족에게 얻는 것보다 더 좋은 무엇을 특수학교에서 배울 것인가? 스티븐은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깨달았다. 그 감정들은 그를 바람과 함께 보도 밖으로 끌어올릴 듯 풍선처럼 하늘 속으로 밀어 올릴 듯 위협했다. 그는 소리 내어 웃으며 손뼉을 치고 환희에 차서 노래하고 싶었다. 그 여인, 그 어머니는 어린 딸이 모자라는 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 여자는 하여간 그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었다! 아, 그것은 놀라운 일, 기적이었다! 칸 부인, 멋집니다. 스티븐 벤틀리는 눈을 뜨고 4층 위의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서 칸 부인은 셔린을 바보라고 분류하는 그 참견쟁이들에 대항하여 자산이 또다시 승리를 획득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물론 알고 있었다. "정말로 멋지다." 사회 복지사는 바람 속을 향해 외쳤다.

 

응급실 (발췌)

그들은 모두 단단하고 미끄러우며 서로 포개지는 종류의 금속 의자에 앉아 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접수처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그 여자는 그들의 이름과 주소, 증세를 종이에 말끔하게 다 적어놓았으므로 이제 그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물기 어린 보랏빛 눈에 몸집이 큰 젊은 여자였다. 그녀의 눈은 그저 웃거나 울기 위해 생긴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엄격한 공정함으로 가득 차 있다. 여자의 이름표에는 간호사 둘란이라고 적혀 있다. 단조로운 베이지색의 벽으로 된 넓은 방이었다. 벽에는 '위급 상황이 아니면 담당 의사에게 가시오.'라는 게시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기 있는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은 자신의 주치의가 이 병원 응급실만큼 유능하다고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 중 한 사람만이 응급 상태에 있는 듯하다.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마흔 살쯤 되는 여자는 엉망진창이 된 채 왼손을 붕대로 둘둘 말아 오른쪽 어깨 위에 받쳐놓았다. 손목이 부러진 것임을 다들 알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여자가 몸을 돌려 사람들에게 명령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말했다. "손목, 손목이 부러졌어." 사람들은 여자에게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여자는 이에 만족하여 자기 환자를 '출입 금지'라고 쓰여 있는 문에서 제일 가까운 첫째 줄 끝에 세웠다. 사람들은 항의하지 않았다. 손목이 부러진 여자는 고통을 탈진하여 그 자리에서 졸고 있었는데 희고 푸르스름한 얼굴과 오렌지색 머리칼 때문에 광대처럼 보였다. 그러나 간호사 둘란은 그 여자가 다른 이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 다음 호명된 것은 손목의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크니스." 간호사 둘란이 말했고 건강하게 보이는 젊은이가 '출입 금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그 가엾은 광대의 보호자가 일어나 불평했다. "급해요. 손목이 부러졌다고요." "곧 될 거예요." 간호사 둘란이 말한 뒤 쌓여 있는 서류철을 차분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신경 안 써요. 전혀 신경 안 써요." 휠체어를 탄 늙은 여자가 말했다. 그 여자의 목소리는 크게 꾸짖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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