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Invierno en Lisboa
작품 배경
1975년 프랑코의 사망과 함께, 스페인 내전 이후 너무나 오랫동안 고립되었고 프랑코 시대에 모든 것이 가톨릭 교리에 의거하여 엄격하게 통제되던 스페인은 이제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그동안 금지당했던 모든 것들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욕망을 분출했습니다. '리스본의 겨울'은 이렇게 변화한 시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통과 단절하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시대 상황은 오히려 실험 정신을 배양시킬 비옥한 토양이 되었다. 그런 변화와 단절의 시대에 우리가 알고 있던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들, 즉 강렬한 태양, 정열적인 사람들, 투우와 플라멩코의 나라, 1년 내내 출제가 열리는 나라, 돈키호테와 카르멘의 열정이 살아 숨 쉬는 나라라는 전통적 이미지는 과거의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다른 유럽 소설들처럼 무뇨스 몰리나도 본격적으로 도시를 무대로 고립된 사회, 불안정한 도시를 그려내는 것입니다. '리스본의 겨울'은 마드리드와 산세바스티안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군중 속 외로운 사랑, 고독한 도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글쓰기와 충돌하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 인물들이 관계하는 방식은 애절한 사랑에 익숙해 있던 스페인 독자들을 당황시켰습니다. 소설은 모두 스무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로베르가 '감정 교육'에서 사랑하는 연인들이 이별할 때 언급한 "이별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와 함께 있지 않는 순간이 존재한다."라는 구절로 시작하고, 소설 전체는 플래시백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마드리드 호텔방에서 하는 고백은 이야기의 끝인 것 같지만, 이어지는 장에서 3,4년 간에 걸쳐 계속되는 안타까운 사랑을 재구성합니다. 사건은 마드리드(현재), 산세바스티안(과거), 리스본(현재)을 넘나들며 전개됩니다.
작품 줄거리
산티아고 비랄보는 산세바스티안에 위치한 레이디 버드라는 바에서 연주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는 뛰어난 음악가로, 사람들은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모여듭니다. 어느 날 루크레시아라는 여자가 남편 말콤과 우연히 레이디 버드에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말콤의 눈을 피해서만 가능한 두렵고 외로운 사랑입니다. 루크레시아는 말콤과 함께 베를린으로 밀항하지만, 세잔의 그림이 숨겨진 장소가 표시된 지도를 훔쳐 그에게서 도망칩니다. 그녀는 이 지도를 이용해 그림을 팔아 버리고 스페인으로 돌아와 비랄보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일인칭 화자인 '나'는 산티아고 비랄보가 그의 인생과 사랑에 대해 고백하는 대화 상대입니다. 화자는 이름도 없지만, 대화 속에서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림 매매를 하는 극우단체 후원자 투생 모통, 항상 모통 옆에 있는 그의 젊은 비서 다프네는 말콤과 함께 루크레시아를 뒤쫓는 사람들입니다. 비랄보는 재즈 연주자 빌리 스완이 입원한 리스본의 한 요양원에 갔다가 우연히 말콤을 만나 사고로 그를 죽이게 되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자코모 돌핀이라는 이름을 공연을 합니다. 유명한 트럼펫 연주자 오스카, 드럼 연주자 부비, 레이디 버드의 주인이자 친구인 플로로 블룸 등도 이야기를 함께 끌어나가는 인물들입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 주제는 사랑입니다. 루크레시아는 키가 크고, 창백한 얼굴에 감수성이 예민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풍기는 여자로 묘사됩니다. 그녀와 비랄보의 첫 만남은 우연이지만 너무나 강렬했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우연히 운명처럼 피할 수 없는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루크레시아와 비랄보는 말콤 몰래 의미심장한 눈빛을 나누지만 그 은밀한 관계는 필연적으로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이들의 사랑은 편안함이나 즐거움, 설렘으로 가득한 순수 시대의 사랑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대중을 자극하는 관능적이고 충동적이며 일회적인 사랑도 아닙니다. 오히려 공허를 채우기 위한, 은밀하고 퇴폐적인 금지된 욕망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만나는 순간부터 상대방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을 주고받는 대신, 침묵과 은폐의 신호로만 소통합니다. 말콤은 이들 사이를 의심하면서 질투와 증오를 느끼고, 루크레시아는 이런 남편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세잔의 그림이 숨겨진 곳을 표시해 둔 지도를 훔쳐 베를린에서 도주합니다. 하지만 말콤과 모통에게 쫓기는 두려움은 이들의 사랑을 더욱 은밀하고 깊게 만듭니다. 작가 무뇨스 몰리나는 이들의 애절한 감정을 묘사하는 데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두렵고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해서 무겁고 비극적인 사랑의 어두운 면을 부각합니다. 하지만 파편화되고 분자화된 도시 속에서도 사랑의 열정, 괴로움과 고통은 인생의 동반자이자 변하지 않는 인간 본성이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갈증과 열망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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