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Invencion de Morel
내용 소개
주인공은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입니다. 사법 당국의 손을 피해 도망친 주인공은, 어느 이탈리아 사람의 말에 혹해서 목숨을 걸고 노를 저어 바다 한복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빌링스'라는 섬으로 갑니다. 엘리스 군도에 속한 그 섬을 선택한 이유는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오스티나토 리고레 (끈질긴 엄격함)'를 내면 규율로 삼고 버티게 됩니다. 살인적인 기세로 덮치는 파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연명할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하루하루 고되게 보내던 어느 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섬에 나타납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섬의 언덕 꼭대기에는 박물관과 예배당, 수영장이 있었고 사람들은 모여 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떨던 주인공은 매일 오후가 되면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바위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는 한 여인, 포스틴을 보게 됩니다. 구불거리는 짙은 머리채와 무릎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은 포스틴의 모습에 그는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발각되어 잡혀가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 다시 잡혀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포스틴에 대한 사랑 하나 때문에 그녀에게 접근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까이 가도 그녀는 주인공을 알아보지 못하고 사람들도 주인공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이런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그들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기묘한 일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매번 똑같은 대화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으로, 호기심과 공포가 동시에 나를 짓누릅니다. 어찌 된 일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서 살기 위해 그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어느 날 먹을 것을 구할 겸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건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건물 안에서는 '모렐'이라는 사람이 연설을 하고 있었고, 그 내용은 자신이 최근 발명을 했고 그동안 그 발명품으로 섬에 모인 사람들을 촬영하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진실을 알게 됩니다. 섬에 있던 사람들은 모렐의 발명품인 영사기에 비친 비현실 속 인물들이고 조수의 수력발전으로 영사기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사랑했던 포스틴은 모렐이 발명한 영사기에서 재생되는 영상이었고, 그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몇 년 전 이 섬에서 여름을 보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때의 일상이 모렐의 영사기에 찍혀 주기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눈앞의 사랑하는 여인의 실체가 사실은 영상에 불과했다는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영사기로 사람을 촬영하면 그들의 몸도 마음도 신체도 기기 안에 갇혀 촬영 당시의 모습, 말투, 행동 등이 영원히 반복되어, 촬영했던 그 순간을 매일 되풀이하며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모렐이 이 발명품으로 사람들을 촬영한 이유는 그가 포스틴을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렐은 불확실한 미래 대신 이 섬에서 포스틴과 보낸 행복한 시간 안에서 영원히 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환상이라 해도 단순한 영사기나 축음기가 재생하는 차원이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촉각적으로 완벽하게 재생된 환상이었습니다. 모렐은 영사기에 찍히면 반복해서 재생되는 영상 속에서 영원한 삶을 획득하고, 현실 너머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영원한 일주일에 갇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모렐에게 분노하지만, 결국 체념하고 아름다운 포스틴을 영원히 볼 수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하나는 기계가 고장 나서 멈추면 이 영원한 환상은 사라져 버린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포스틴과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는 욕망이었습니다. 결국 주인공은 포스틴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도 영상 속에 삽입되어 포스틴의 곁에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주인공은 포스틴과 자신이 사랑에 빠져있는 모습이 나오도록 모렐의 원본 영상에 자신을 입혀 찍어서 자신의 영상이 반복해서 상영되도록 설치하는 데 성공합니다. 모렐의 욕망을 지우고 자신의 욕망을 '영원한 진실'로 남겨서 모렐에 대한 복수를 한 셈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모렐의 발명품을 조작하여 나 자신을 촬영한 후 재생하도록 하는데, 포스틴과 대화하고 서로 좋아하고 함께 지내는 모습의 환상을 창조하고 죽어갑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은 탄압당해 사형의 위기에 처해졌던 베네수엘라의 애국 작가이고 필사적인 탈출을 도와주었던 친구 '엘리사'를 떠올리며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자각합니다. 포스틴을 바라보는 한 엘리사를 잊지 않겠다고 하지만 떠오르는 현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완강히 누르고 모토인 '오스티나로 리고레'를 되새기면서 영원한 포스틴과의 시간만을 의식에 남기려 합니다.
마지막 장면
아직도 나는 포스틴과 함께 있는 내 영상을 본다. 그 장면이 나중에 덧붙여졌다는 사실을 나는 거의 잊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이라면 우리가 서로 사랑에 빠졌고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아마도 내 시력이 약해져서 화면이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토록 만족스러운 결과를 지켜보면서 죽는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위안이 된다. 내 영혼은 아직 이 영상으로 옮겨 가지 않았다. 만일 그랬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것이고 아마도 포스틴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며 그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환상 속에서 그녀와 함께 있을 것이다. 이 일기를 읽고 흩어진 모습들을 한군데 모을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할 사람에게 나는 이런 부탁을 하고 싶다. 포스틴과 나를 찾아서 내가 포스틴이 생각하는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그것은 내게 자선을 베푸는 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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