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Closed Doors
누가 봐도 완벽한 사람. 모두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애초부터 여러분을 조종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한다면, 여러분은 그 함정에 빠지지 않을 자신 있으신가요?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에 노출된 피해자의 심리 변화 단계 묘사
우리 종종 사랑, 우정, 성공 등의 명목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희생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점을 이용해 당신을 구속할 수도 있습니다. 이 관계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분명 선한 것인데 어째서인지 내 자아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항상 맞고, 나는 언제나 틀린 것이 되어 있다면 당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B.A.패리스의 <비하인드 도어>에는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에 노출된 여주인공의 심리 변화 단계가 상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간략한 줄거리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그레이스가 동생인 밀리와 함께 산책을 하던 중 아주 잘생긴 남자, 잭이 다가옵니다. 잭은 잘생겼을 뿐 아니라 너무나 친절하고, 다정하고 심지어 능력있는 변호사라는 직업까지 갖춘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잭은 자기와 결혼을 하면 다운증후군이 있는 밀리를 책임지고 평생 함께 돌보겠다는 약속까지 할 정도로 헌신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잭은 빠르게 그레이스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고, 두 사람은 7개월 만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식과 동시에 잭은 동생인 밀리의 법적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평소 사이가 소원했던 그레이스의 부모님은 잭의 믿음직스러운 면모를 보고 두 딸을 그에게 맡긴 채 뉴질랜드로 이민을 합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완벽해 보였던 잭이 사이코패스였습니다. 잭은 자기가 마음껏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약점이 명확해서 손쉽게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을 오랫동안 물색해 왔습니다. 계속 숨겨두고 원할 때마다 공포를 줄 수 있는 사람, 그럼에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다운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가진 밀리와 그런 동생을 애지중지하는 그레이스는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매우 훌륭한 먹잇감이었습니다. 결혼이라는 목표를 성취한 잭은 신혼여행 첫 날부터 그레이스를 조종하기 시작합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여권과 지갑을 비롯한 그녀의 모든 소지품을 숨기고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도록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치밀하게 여러 단계의 정치를 해둡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완벽한 부부 잭과 그레이스. 그들의 아름다운 저택에서 우아한 저녁파티가 끝나고 현관문이 닫히면 잭은 진짜 모습을 드러냅니다. 공포와 비명소리에 희열을 느끼는 잭은 그레이스에게 더 큰 공포감과 실망감, 그리고 무력감을 심어주기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잭의 정성스러운 수고 덕분에 번번이 탈출에 실패하는 그레이스, 과연 그레이스는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을까요?
밀리의 방 색깔이 뭐였지, 그레이스?
'잭은 반복만큼 편안함을 주는 것이 없음을 알기에 절대 반복에 익숙하게 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른다. 반복되는 일상이 없다 보니 길들여져 아무 생각도 없어질 위험이 없다. 나는 스스로 생각을 해야만 한다.' 잭의 폭력성과 가스라이팅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공감의 여지를 주지 않은 덕분에 독자들은 온전히 그레이스에 동화되어 그녀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레이스의 공포에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사건 구성도 촘촘하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가 어지럽지 않고 오히려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원제인 Behind Closed Doors 처럼 이 소설은 닫힌 문 뒤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만의 처절하고도 치밀한 심리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의 분위기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독성이 좋고 섬세한 상황 묘사로 긴장을 풀 수 없는 전개로 일단 책을 펼친다면 순식간에 결말에 도달하게 되는 스릴러 소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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