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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_ 이탈로 칼비노 Il Barone Rampante 작품 해설 소설의 주인공 코지모 디 론도는 열두 살이 되던 1767년 6월 15일 나무로 올라가 일생을 그 위에서 살기로 결정합니다. 코지모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는 누나가 만든 달팽이 요리였습니다. 자신이 원치 않는 달팽이 요리를 먹으라고 계속 강요하는 아버지에 반발해 나무 위로 올라갔지만, 사실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합니다. 코지모는 이미 권위적이고 시대에 뒤처진 아버지로 상징되는 귀족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격변하는 사회의 분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작이 되기만을 갈망하는 그의 아버지는, 매일 궁정에 초대받은 사람처럼 생활하고, 살아있는 자식들보다는 죽은 조상의 석고상을 더 끔찍이 위하는 인물입니다. 전쟁에만 관심이 있는 어머니.. 2023. 2. 25.
벌집 (La Colmena)_ 카밀로 호세 셀라 La Colmena 작품 해설 이 작품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대의 마드리드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내전 직후 파시스트 세력에 대항했던 많은 사람들은 죽거나 망명길에 오르고, 살아남은 자는 단순히 살아남은 것에 만족하며 지극히 건조함으로 위장한 채 암울하게 살아갑니다. 그들 가슴속에 남은 유일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입니다. 오늘의 삶은 버겁고 내일의 삶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나는 이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그림자만을 차갑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은 뚜렷한 줄거리가 없습니다. 차가운 렌즈에 잡힌 마드리드의 모습을, 도냐 로사의 .. 2023. 2. 24.